「따는 것」보다 중요한 「잃지 않기」
스포츠 도박 투자 등 승률로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은 크게 승자의 게임과 패자의 게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승자의 게임은 많은 득점을 하거나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는 룰(rule)을 가진 것을 말한다. 축구나 권투 같은 스포츠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패자 게임의 전형적인 예는 골프다. 골프는 엄밀히 말하면 정해진 코스를 누가 빨리 가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누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실수를 줄여 최저타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투자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아니 어느 쪽에 서야 투자로 돈을 벌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고수는 「지지 않는 게임」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자에만 주목하고 화끈하게 투자해서 한 번에 큰돈을 벌기를 바란다. 마치 권투 선수가 카운터펀치 한 방으로 승부를 내듯 말이다. 그리고 실제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도 주로 큰돈을 번 사람의 것만 들린다. 「누가 어떤 주식 혹은 부동산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얘기는 「생존 편향」의 전형적인 예다. 생존 편향은 실제 확률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살아남은 것, 혹은 성공한 것에만 초점을 맞춰 판단하는 경향을 말한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80 대 20의 법칙이 작용되는 세계다. 돈을 번 20%의 사람이 있으면 잃은 80%의 사람이 존재한다. 돈을 잃은 사람들, 즉 패자들은 말이 없는 법. 이긴 자들이 하는 말만 세상에 돈다.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승자의 게임보다는 패자의 게임, 다시 말해 지지 않는 게임을 선호한다.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의 스승이자 가치 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빌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얘기한다.
규칙 제1조: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규칙 제2조: 규칙 제1조를 절대로 잊지 말라.
이 말의 요체는 먼저 따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버핏이 직접 추천했던 유일한 뮤추얼 펀드인 세쿼이어를 운용했던 빌 루안도 버핏과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 그의 동료들은 루안을 두고 「수비의 달인(The master of defence)」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였다.
그러면 왜 지지 않는 게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일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복리 효과」 때문이다. 흔히 금융 회사 직원들을 만나 투자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것이 「재무 설계」 「복리」 「장기 투자」 등과 같은 단어들이다. 재무 설계란 노후 자금, 자녀 교육 자금, 결혼 자금 등의 필요 자금을 각 인생의 시기별로 분석한 후 현 시점부터 얼마의 자금을 준비해야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대부분 안정적인 예금 상품만으로는 필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의 결과인 목표 수익률을 잡아야 한다.
이때 수익률로 적용하는 방식이 바로 「복리(複利)」다. 여기서 재무 설계의 단점이 등장한다. 즉, 목표 수익률은 단 한 해도 수익률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제시된다. 그래서 우리는 재무 설계를 할 때 복리 투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의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복리란 말 그대로 발생한 이자나 수익이 매년 재투자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투자 효과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재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은 수익이 아닌 손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단 잃지 않아야, 즉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야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를 한 번 살펴보자.
A 펀드는 수익이 많이 날 때는 한 해에 60%가 났지만 손실이 발생할 때는 마이너스 50%를 기록했다. 반면 B 펀드는 최고 수익률은 연단위로 볼 때 10%밖에 내지 못했지만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을 때 A 펀드와 B 펀드 중 B 펀드의 성과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겉으로 보기엔 화끈하고 화려해 보이는 A 펀드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68%인 반면 B 펀드는 60%를 기록했다.
B 펀드와 A 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바로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잃지 않는 것이 먼저고 따는 것은 나중이라는 얘기다.
「잃지 않기」 투자자 노력으로 가능해
물론 당신이 단기 투자자라면 이런 복리 효과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시황에 따라 1년 이내로 타이밍에 따라 투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할 요량이라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앞서 재무 설계에 대한 설명에서 얘기했듯이 몇%의 수익률을 장기간에 걸쳐 올리느냐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자금을 달성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펀드 투자에 적용해 보자.
사람들은 흔히 그 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에 투자한다. 금융 회사들도 언론사가 발표하는 최고 수익률 펀드 기사를 놓고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 큰 손실이 나면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별 의미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첫 투자한 해에 1000만 원을 투자해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2000만 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음 해에 마이너스 50%의 손실이 발생하면 2000만 원의 50%인 10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100%는 마이너스 50%와 똑같은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들은 펀드를 선택할 때 깜짝 수익률을 올린 펀드보다 잘 잃지 않고 꾸준한 펀드를 선호한다. 그래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증권시장의 다음과 같은 격언을 신뢰한다. 『돈을 잃지 않는 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돈을 따는 것은 시장이 도와주어야 한다』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저작권자 ©I.H.S 버핏연구소(buffettla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