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투자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역발상적 투자가(contrarian)라는 점이다. 이는 남들과 반대로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수의 입장에 선다는 뜻도 있다. 투자에서 역발상적 사고가 왜 중요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발상의 입장에 서야 보상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경쟁」에 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엔진은 경쟁이다. 경쟁하지 않는 시스템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증거가 사회주의권의 붕괴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인류 역사에 등장했지만 1980년대 말 70여 년간의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사회주의 국가는 계획 경제였기 때문에 국가가 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계획이 필요했다. 소련의 등장 이후 초기에는 사회주의적 경제 시스템이 성공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주지하다시피 초기의 성공이 사회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반면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사회주의적 계산은 실현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명 「사회주의 계산 논쟁」이다. 이제는 시장을 통한 자원의 분배가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그나마 최선의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시장이 자원 배분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은 가격과 경쟁의 원리 때문이다.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에겐 의사 판단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하고 경쟁은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는 원동력이다.
경쟁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경쟁 당사자의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으로부터 수혜를 입는 세력, 즉 소비자의 입장이다. 만일 당신이 기업 경영자라고 생각해 보자.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말이다. 경쟁이 치열하면 기업들은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비용 증가 원인으로 작용해 경영에 있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한다.
워런 버핏, 「독점의 원리」를 투자에 적용
그래서 모든 기업가들의 꿈은 「독점(獨占)」에 있다. 독점을 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회사의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역사상 큰 부자들을 보면, 대개 독점의 원리를 활용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석유왕 존 록펠러는 석유 산업을 독점함으로써 세계 1위의 부자가 됐다.
현시대에 와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PC 운영체제를 독점함으로써 오랫동안 세계 1위의 부자 자리를 지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인터넷 검색 도구 익스플로러다. 최초의 인터넷 검색 도구는 넷스케이프였는데, 빌 게이츠는 자사의 PC 운용 프로그램인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패키징함으로써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밀어냈다.
독점의 원리를 투자에 적용한 인물이 바로 워런 버핏이다. 버핏은 시장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와 진입 장벽, 그리고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코카콜라, 질레트(다국적 생활 용품 업체 P&G로 합병), 월마트, 시즈 캔디 등에 투자해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독점은 좋지 않다. 경쟁이 없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을 기업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워렌버핏.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역발상적 입장에 선다는 것은 경쟁을 피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주식시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경매시장이다. 참가 자격에 대한 제한도 없고, 실시간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주식이 돌아간다.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것은 경매시장에 참여해 높은 입찰가를 써낸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주가가 싸진다는 것은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고, 그들이 써낸 응찰가도 낮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경쟁자가 많고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투자란 기본적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적은 상황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뛰어난 투자가들이 역발상적 면모를 갖고 있는 이유다.
독점적 지위이든 경쟁을 피하든 이는 모두 다수가 아닌 소수의 입장에 선다는 뜻이다. 소수의 입장, 다시 말해 경쟁자가 적은 상황, 혹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 강력한 진입 장벽을 갖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에릭 바인하커가 쓴 「부의 기원」에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 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슈아 엡스타인과 로버트 액스텔은 하나의 모의 실험을 고안했다. 컴퓨터상에 「경제적 생명체」를 만들고 기본적인 몇 가지 능력과 자연 자원이 조금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들 생명체의 삶의 조건은 자연 상태에 가까웠다. 경제적 생명체가 사는 곳은 한 가상의 섬인데, 이 섬의 양 끝에는 설탕 더미인 슈거 스케이프가 위치해 있다. 이 설탕 더미에 빨리 도달해 설탕을 많이 가진 경제적 생명체가 부자가 되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경제적 생명체가 부자가 되었을까.
「역발상 투자의 성과는 고통의 결과」
다른 경제적 생명체들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간 경제적 생명체들이 설탕 더미를 가장 많이 차지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설탕 더미와 가까이 있었던 즉,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경제적 생명체보다 다른 경제적 생명체들이 가는 방향을 살펴보고, 그들이 선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 경제적 생명체들이 가장 많은 설탕 더미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반대로 설탕 더미를 가장 적게 차지한 경제적 생명체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행위자 2(경제적 생명체)의 첫 발걸음은 남쪽 황무지를 향했다. 그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다른 행위자들은 이미 설탕이 풍부한 북쪽 지역에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이나 방향을 돌려 비옥한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중략) 그가 좀 더 비옥한 영역 쪽으로 방향을 돌렸을 때, 그 지역은 이미 만원이었다. 그래서 아직 누군가에 의해 점유되지 않은 땅을 발견할 수 있는 기간은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사실 소수의 입장이 중요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견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다수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발상 투자의 열렬한 옹호자인 앤터니 갤리어와 윌리엄 패턴은 「역발상 투자의 원칙」에서 역발상 투자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언제 대중과 함께 행동할 것인지 혹은 함께 행동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은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특히 투자에서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고독한 입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독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조차 그러하다. 그리고는 마음의 평정을 위해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 행동한다.」
고독한 입장이 되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투자의 성과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얘기처럼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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