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다 주는 사람」을 찾아라
흔히 성공한 사람들을 볼 때 사람들이 놓치는 것은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습관이나 재능, 혹은 열정에만 맞춰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했다거나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메모광이었다는 사실 등이 부각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모두 중요한 성공의 한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평가받는 것이 ‘사람’이다. 성공한 사람 주위에는 그것이 사업이든 재테크든 반드시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과 재능에 더해 주위 사람의 힘이 합쳐진 결과가 바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멍거 아저씨가 더 현명해’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인물이 바로 워런 버핏이다. 버핏은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자신의 아버지와 가치 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을 꼽는다. 그리고 자신의 투자 철학을 완성하는데 두 명의 스승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투자 철학의 80%는 그레이엄으로부터, 20%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장기 투자자였던 필립 피셔로부터 가져 온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들만 언급해서는 그의 성공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버핏의 성공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벅셔해서웨이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찰리 멍거를 언급해야 한다. 버핏과 멍거를 동시에 다룬 글을 읽다 보면 버핏은 멍거가 반대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멍거는 매우 명석한 사람이다. 버핏의 둘째 아들 피터 버핏은 “우리 아버지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그러나 두 번째일 뿐이다. 첫 번째는 바로 멍거 아저씨”라고 얘기한 바 있다. 버핏이 그레이엄의 투자 방법을 따라 보유 자산, 그중에서도 유동자산에 비해 낮게 거래되는 주식을 사는 양(量)적인 분석 방법에서 벗어나 독점력(프랜차이즈 밸류)을 중시하는 질(質) 분석으로 넘어가는 데 결정적인 조언을 한 인물이 멍거다. 기업 변호사였던 멍거는 장기적인 전망이 좋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게 낫다는 전략을 버핏에게 설명했고, 버핏은 그 얘기를 실제 투자에 멋지게 적용했다. 그런 대표적인 종목이 지금은 벅셔해서웨이의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시즈 캔디와 같은 회사다.
찰스멍거와 워렌버핏.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다. 게이츠의 탁월한 능력만으로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생길 수 있었을까. 그의 인생에는 세 명의 중요한 인물이 있다. 두 명은 그의 부모이고, 다른 한 명은 현재 MS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다. 발머는 하버드대학 동창일 뿐만 아니라 대학 기숙사에서 같이 포커 게임을 즐기던 친구였다.
발머는 게이츠의 MS사에 입사하기 전 다국적 생활 용품 업체인 P&G그룹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그는 MS사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으로 인사 회계 업무 법무 등 회사 운영 전반에 걸친 업무를 담당했었다. MS의 잡일은 모두 그의 차지였다. 초창기 회사가 그러하듯 MS도 체계가 없었다. 급여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몇 몇 직원들이 시애틀 노동청에 조정신청을 냈고 일 중독자인 게이츠는 일을 많이 벌여 놓은 상태였다. 발머는 게이츠에게 이미 주문을 받아 놓은 일을 처리하려면 적어도 50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고 하자 게이츠는 화를 냈다. 게이츠가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어?”라고 고함을 지르자 발머는 사표를 던졌다. 입사 3주 후의 일이었다. 이 둘의 다툼을 중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게이츠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중재로 서로 화해했고 이 둘은 그 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발머가 MS에 입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도 게이츠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발머를 본 후 게이츠를 구석 자리로 끌고 가 이렇게 말했다. “발머는 네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무조건 잡아라.”
버핏과 게이츠뿐만 아니라 누구나 성공한 사람 뒤엔 결정적인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실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산관리와 운용에 적용해 보자.
이 세상에는 수많은 금융 상품과 투자 정보로 흘러넘친다.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정보는 늘 차고 넘친다. 이들 정보를 분석해 옥석을 구분하는 일은 전문가도 쉽지 않다. 법과 제도 측면에서도 갈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월 초부터 발효된 자본시장통합법이다. 자통법의 요체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허용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젠 금융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거의 의무적으로 투자자 성향을 조사해야 한다. 나이와 경제력 등을 감안해 위험 수용 정도를 설문 조사를 통해 분석한 후 만일 안정 성향의 투자자라면 자기 자신이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확인서를 쓰지 않는 한 소액으로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하기 어려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절차도 복잡해 스스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복잡성은 증대하는데 스스로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자통법 이후 투자 더 ‘복잡’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 스스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말은 쉽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일 경우 하루에 적어도 8시간은 회사 업무에 매여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독자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옆에 두거나 투자에 밝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든다. 금융 상품을 팔고자 하는 금융 직원들의 숫자는 늘 많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아도 주가수익률(PER)이나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 나에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내 입장에서 재무 설계를 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릴 것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 한정돼 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자산관리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당신에게 다가오는 여러 FP(재무설계사: Financial Planner) 중에 정말 여러분의 편에 서서 고민을 같이하고 상품을 제시하고 미래의 모습을 설계하는 사람을 찾아라. 좋은 FP를 고르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투자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길이다.
흔히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돈은 스스로 버는 것이 아니다. 돈은 사람이 벌어주는 것이다.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자통법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어르신들이 들려주었던 얘기와 다르지 않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엄격해질수록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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