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병주 옮김. 김영사. 2017년 5월 15일. 원제
-신앙을 믿는 이들, 인간은 '짐승'과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믿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불쾌하겠지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렵다. 인류가 단세포 생물 -> 다세포 생물 -> 물고기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렀고, 지금은 인류가 600만년의 호모 사피엔스의 막을 내리고 '호모 데우스'로 진입하는 중이라는 요지.
-가족 구조, 결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바뀔 것이다. 오늘날 결혼한 사람들은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함께 살 것으로 기대하고, 인생의 대부분을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보낸다. 그런데 사람의 한평생이 150년이라고 상상해보라. 40세에 결혼해도 이후 함께 사는 기간이 110년이다. 결혼 생활이 110년 동안 이어지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까? 근본주의자들도 대답을 주저할 것이다. 그리하여 현 추세인 연속결혼(Serial marriage)이 강화될 것이다. 40대에 두 자녀를 낳은 여성은 120세가되면, 아이들을 기르며 보낸 세월을 아득한 옛일(자신의 긴 인생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사건)로 기억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말하기 어렵다(46)
- 우리는 영원히 살고 싶어 불멸의 교향곡을 작곡하고, 전쟁에 나가 '영원한 영광'을 추구하고, 심지어 자신의 영혼이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 말에 목숨까지 내놓는다. 우리가 지닌 예술적 창의성, 정치적 신념, 종교적 신앙심은 대부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연료를 얻는다(50)
- 인본주의의 종말. 국가에 필요한 것은 튼튼한 군인과 노동자, 더 많은 군인과 노동자를 낳을 건강한 여성, 아파서 집에 쉬는 대신에 오전 8시 정각에 꼬박꼬박 출근할 관료들이었다. 복지 제도도 원래는 궁핍한 사람들을 위해서 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기획 됐다. 19세기 말 독일에서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국민연금과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을 때, 그의 주된 목적은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충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70세가 되면 나라가 당신을 보살펴 줄 테니 40세에는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53)
- 40억년동안 자연선택이 유기체를 이리저리 조작한 결과, 우리는 아메바에서 파충류와 포유류를 거쳐 사피엔스가 됐다. 그렇지만 사피엔스가 종착역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 기껏해야 돌칼 정도를 만들 수 있었던 호모 에렉투스를 우주선과 컴퓨터를 만드는 호모 사피엔스로 탈바꿈 시키는 데는 유전자, 호르몬, 뉴런의 작은 변화로 충분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DNA, 호르몬 체계, 뇌 구조를 좀 더 바꾸면 무엇이 나올지 누가 아는가. 생명공학은 자연선택이 마법을 부릴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생명공학자들은 오래된 사피엔스의 몸을 가져다 유전암호를 고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생화학 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팔다리까지 자라게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신을 창조할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초 인류는 우리가 호모 에렉투스아 다른 만큼이나 지금의 사피엔스와 다를 것이다.(p 70)
- 인류 역사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격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딱 하나 상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인류 그 자체이다. 우리의 도구와 제도는 성경 시대와 전혀 다르지만 마음의 심층구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성경, 공자의 책,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고전을 창조한 사람들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고,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이야기처럼 들린다(73)
- 그렇지만 우리가 신기술로 인간의 마음을 재해석할 수 있을 때 호모 사피엔스를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가 끝나고 완전히 새로운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은 그 과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많은 학자들이 2100년 또는 2200년에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려고 시도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간낭비이다. '우리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생명공학으로) 무엇을 할까? 라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현명한 대답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종류의 마음을 지닌 존재가 생명공학으로 무엇을 할까? 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은 생명공학으로 자신의 마음을 재설계할 것이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현재의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정도이다. 이렇듯 우리는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역사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할수 있다. 21세기 인류의 세번째 큰 과제는 신처럼 창조하고 피괴하는 힘을 획득해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될 것이댜(74)
- 로봇들의 반란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는 한 단계씩 성능을 높여가며, 그 과정에서 로봇이나 컴퓨터와 융합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후손들은 훗날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들이 더이상 성경을 쓰고 만리장성을 쌓고 찰리 채플린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웃던 동물들이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이미 이런 일은 일어나고 있다. 날마다 수백만명이 스마트폰에 삶의 좀더 많은 부분을 맡기고 새로 나온 더 효과적인 항 우울제를 시도해보고 있다. 건강, 행복, 힘을 추구하는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 때까지 자신들의 모습을 한번에 하나씩 점진적으로 바꿀 것이다(77)
- 엘리트층(호모 데우스)이 영원한 젊음과 신같은 힘에 접근하는 동안 개도국에 사는 수십억명의 사람들과 열악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가난, 질병, 폭력에 시달릴 것이다. 이는 명백히 불공정하다(86)
- 2017년의 우리는 유럽이 어떤 모습일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정치 제도를 갖게 될지, 어떤 직업 시장이 형성될지는 물론 사람들이 어떤 몸을 갖게 될 지조차 말할 수 없다(90)
- 인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한 것은 불과 300년이다. (99)
-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동물이다(101) - 인본주의는 3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는데, 30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파라오가 이집트를 3000년동안 지배햏고, 교황은 유럽을 천년동안 지배했다. 당신이 람세스 2세 시대의 이집트인에게 언젠가 파라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연실색해서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파라오없이 어떻게 삽니까? 누가 질서와 평화, 정의를 보장합니까? 당신이 중세시대 사람들에게 몇백년안에 신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공포에 질릴 것이다. "신없이 어떻게 삽니까 누가 인생의 의미를주고, 우리를 혼돈에서 보호해줍니까?' 후대에 와서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파라오의 몰락과 신의 죽음을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 어쩌면 인본주의의 붕괴도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한느 것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본래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수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p 103)
- 우리는 대부분의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한다. 성경 시대 이스라엘 또는 중세 중국에서 인간을 매질 하고 노예로 부리고, 고문하고 처형하는 일은 흔했다. 인간은 단순히 재산으로 여겨졌다. 통치자들은 농부들에게 의견을 물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고, 농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부모들이 자식을 노예로 팔거나, 가장 높은 가격을 쳐주는 사람과 결혼 시키는 일도 흔했다. 그런 조건에서 소와 닭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p139)
- 12세기 잉글랜드 사람들은 인권이 뭔지도 몰랐다. (212)
- 성경은 그 안에 기술된 사건들이 일어난 시점으로부터 수 백 년 뒤 여러 명의 인간 저자들이 작성한 수많은 텍스트들의 집합으로, 성경 시대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는 사실이 동료 검토를 거친 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69)
- 우리가 아는 과학지식에 따르면 우주는 계획도 목적도 없는 과정으로, '아무 의미없는 소음과 광기로 가득하다'. 우리는 우주속의 작은 점에 불과한 어느 행성에 아주 잠깐 머물다 가는 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질 뿐"(셰익스피어의 '맥배스' 5막 5장의 일부 구절)(279)
- 파이의 크기가 고정돼 있던 시대에는 사회 화합을 위해 그 욕망을 제어해야 했다. 욕심은 나쁜 것이었다. 그런데 근대에 와서 세계가 거꾸로 뒤집혔다. 근대는 인간 집단에서 평형 상태가 혼돈보다 훨씬 더 무섭고, 탐욕은 성장의 원동력이므로 선한 힘이라는 확신을 불어 넣었다. 그래서 더 많이 원하라고 사람들을 부추기고, 탐욕을 억제하던 오래된 규율을 없애버렸다(303)
- 중세에 결혼은 신이 맺어주는 성사였고, 신은 자신의 바람과 흥미에 따라 자녀들을 결혼 시키는 권한을 신부에게 위임했다. 따라서 혼외정사는 신과 부모를 거스르는 대역 죄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20여년을 한께 한 배우자가 만족 시켜주지 못한 감정적, 성적 욕구를 외도로 풀 수 있다면, 게다가 새로운 연인이 자상하고 열정적인 데다 상대방의 요구를 잘 헤아린다면 왜 그것을 즐기면 안되는가? (312)
- 가톨릭 교회와 유신론 종교들은 새로운 기술, 혁신적 경제, 획기적인 사회 사상들을 창조하기 보다 버티기 작전을 쓰기에 바쁘다. 다른 세력들이 퍼뜨리는 기술, 방법, 사상들에 대해 버티기 작전을 쓰기에 바쁘다. 다른 세력들이 퍼뜨리는 사상에대해 번민하는 것은 요즘 이들의 주요 일과다 생물학자들이 피임약을 발명하는데, 교황은 이 알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페미니즘 사상가들은 여성이 자기 몸을 소유할 권리를 요구하는데, 종교는 이 선동적인 사상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모른다. (380)
- 자유 의지는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지어낸 상상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389) - 내가 특정한 소망을 느끼는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390) -오늘날 우리는 뇌 영상을 이용해 사람의 욕망과 결정을 본인이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예측할 수 있다. (391) 우리가 자유 의지를 믿는 것은 잘못된 논리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욕망을 선택하지 않는다. 단기, 그 욕망을 느끼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 유기체가 자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약물,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 자극을 통해 그 유기체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393)
-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 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고,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442) - 21세기의 신기술들은 이렇게 인본주의 혁명을 뒤집어, 인간에게서 권한을 박탈하고 비인간 알고리즘들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끔찍하다고 해도 컴퓨터 괴짜들을 탓하지 말라(472)
- 대중의 시대가 끝나고 대중의학의 시대도 끝날 것이다. 인간 병사와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적어도 일부 엘리트 집단들은 쓸모없는 가난뱅이 대중에게 더 나은 건강, 아니 표준적인 건강조차 제공할 필요가 없으며, 차라리 표준을 능가하는 소수의 초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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