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맥주가 잘 팔린다.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갈증해소를 위해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산 맥주업체들은 여름철에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국산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맥주의 수입량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로 인해 국내 맥주업계가 대목에도 우울한 표정이다. 맥주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수기로 분류되는 여름을 맞았지만,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며 국산 맥주의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5% 증가한 9만5,858톤에 달한다. 이는 반기 기준 수입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본격적인 맥주 성수기로 접어드는 6월 한달간 맥주 수입량은 1만9,116톤, 1,682만달러에 달하며,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만1,415톤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입량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 맥주의 폭발적 성장세에 국산 맥주의 판매 위축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맥주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국내 맥주업계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4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종류의 수입맥주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가 하면 한 대형마트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체 맥주 판매량 중 수입맥주의 비중이 올해 40%에 육박했다.
2013년 2조4,100억원 규모(세전 기준)였던 맥주 시장은 지난해 2조6,650억원 규모로 커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4% 증가한 2조8,1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 대부분을 수입 맥주가 가져간다. 지난해 국산 맥주의 규모는 2조1,650억원 선으로 2013년(2조1,100억원)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증권가에서도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맥주업계를 두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국내 맥주 2위인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매출은 전년대비 7%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모델로 송중기를 앞세우고 신제품 리뉴얼과 함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주류 역시 「클라우드」 매출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맥주 1위인 오비맥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9년 만에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부진을 겪은만큼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위기감이 확산되자 일부 국내 맥주 업체들은 발상의 전환에 나섰다. 수입맥주를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대응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부진하자 판매권을 가진 수입 맥주에 대한 마케팅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호가든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고, 스텔라 아르투아 등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수입 맥주인 「기린이치방」의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가 보면 황금 진열대는 모두 수입맥주 차지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수제 맥주까지 인기를 끌며 국산 맥주가 힘든 경쟁 중이다』라며 『과거처럼 여름 성수기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몇년 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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