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연구원]
지난 주 북한 미사일, 일본 증시 폭락,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시장이 급락한 가운데 52주 신저가 종목이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금요일에 코스닥 시장이 600선이 무너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의 불안감이 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종목이 200개를 넘어섰다. 카카오, 레드캡투어, 메가스터디교육, 휴메딕스, 슈피겐코리아, 크레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더블유게임즈 등의 종목들이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의 매출액이 줄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단순히 시장 상황의 우려감에 떨어질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은 무조건 피해야 할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2월 12일 기준 52주 신저가 종목은 총 341개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52주 신저가 종목이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기업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즉 바닥을 치고 올라갈 ‘진주’를 찾아보라는 얘기다.
주가가 그 기업의 자산가치나 수익가치에 비해서 더 떨어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 영업이익을 많이 내면서 저평가된 ‘알짜배기’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웹젠은 지난 1월 21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15년 매출액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2,420억원, 영업이익 747억원, 당기순이익 60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각각 매출액 230.1%, 영업이익 425.2%, 당기순이익 614.6% 상승한 수치이다. 웹젠은 모바일 게임 사업, IP 제휴 사업 호조에 따른 매출 및 이익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입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테마주로 묶여 회사의 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주가의 변동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SK 그룹에 속해 있는 계열회사인 SKC 역시 영업이익 급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폴리우레탄 사업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프로필렌옥사이드 제품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화학사업과 LCD, 일반 산업재에 부품, 태양전지용으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 필름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필름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SKC는 지난 3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매출액 2조 5,648억원, 영업이익 2,181억원, 당기순이익 2,456억원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8.5% 감소한 수치를 보였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1%, 467.1%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SKC는 화학사업부문 수익성 개선 및 MCNS 설립에 따른 일회성 영업외 이익 발생으로 세전이익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증가 말고도 PER와 같은 지표가 하락하는 경우도 주목해야 한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가총액도 줄어들게 된다. PER은 ‘시가총엑/당기 순이익’이기 때문에 순이익을 유지한 기업이 단순 주가하락에 따른 낮은 PER을 기록했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치투자는 가격보다 가치가 더 클 때 매입하는 투자법이므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그 기업의 가치가 가격보다 더 클 확률이 높다.
이라이콤은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TV 등에 사용되는 TFT-LCD용 Back Light Unit(BLU)의 제조를 주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라이콤의 PER는 4.07배로 동일업종 PER가 163.77배임을 비교하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라이콤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2억원, 매출액 1,647억원, 당기순이익 125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각각 33.2%, 27.6%, 6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사업성으로 턴어라운드를 예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레드캡투어는 여행업에 속한 기업으로, 최근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동남아 여행 시장이 직격탄을 맞아 신저가를 기록했다. 레드캡투어는 경쟁 기업보다 부채비율(176%)이 낮아 안정적인 현금 수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홈쇼핑, 임직원몰 등 판매채널을 확대하여 매출을 증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주가하락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하지만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52주 신저가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과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에는 ‘때’를 사는 모멘텀 투자가 아닌 ‘가격’을 사는 가치투자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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