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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범하는 흔한 계산 착오와 눈물
  • 윤진기 명예교수
  • 등록 2023-10-31 16:12:30
  • 수정 2024-07-10 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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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면, 애매한 이야기들도 계량화 되어서 선명하게 보이는 때가 있다. 숫자의 매력이다. 짐 로저스 (James Beeland Rogers Jr.) 의 투자 원칙 중에서 “큰 이익을 남겼다면 이익실현에 나서라”는 것이 있다. 다소 애매해 보이지만, 숫자로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로저스는 공부하기 좋아하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필자가 좋아하지만,[1] 주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그의 투자 스타일은 전통적인 주식투자와는 거리가 있어서 별다른 공부도 없이 함부로 따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2]


그러나 그의 투자 원칙들은 언제나 귀담아 들어 둘 만하고, “큰 이익을 남겼다면 이익실현에 나서라”는 원칙은 주식시장에서도 여전히 적용된다. 왜냐하면 큰돈을 움직이는 전문 투자자들이 대체로 이 원칙에 따라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여 큰 이익이 나면, 그것을 팔아야 수익이 실현되기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올라서 큰 이익이 나면 큰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챙기게 된다.


여기서 이익이 얼마나 나면 큰 이익일까? 두 배? 서너 배? 열 배? 열 배면 900%다. 큰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한번의 투자로 열 배씩 버는 것을 그다지 선호할 것 같지는 않다. 기업이 아무리 성장성이 좋아도 주식을 바닥에서 매수하여 주가를 열 배가 되게 하려면 자신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가능하다. 그러면 평균매수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큰 자금을 동원하는 투자자들이 매도시점을 결정하기 위하여 ‘큰 이익’을 계산할 때 그들은 그들이 매수를 시작한 최저점 부근의 매수가부터 계산한 평균매수단가를 기초값으로 수익률을 계산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만족하는 정도의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 이익의 실현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이 소문을 듣고 매수를 시작할 때는 대부분 이미 주가가 상당히 오른 후이거나 심지어는 열 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때이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은 별 생각 없이 자신들이 매수한 시점에서 이익을 계산한다. 그러면서 그들도 큰 이익을 기대하고 큰 이익이 나면 매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주가가 최저점에서 열 배가 올랐는데도 시장에서 그 주식의 전망은 새벽의 여명보다 더 찬란하다. 천지사방에서 그 주식의 장밋빛 전망으로 소란스럽다. 주가를 열 배로 끌어올린 주체들은 그들이 매수하기 시작한 저점에서부터 큰 이익을 계산하는데, 어이없게도 중간이나 최고점 부근에서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의 진입시점에서 이익을 계산하며 큰 이익을 꿈꾸는 것이다.


추세 추종의 대가 윌리엄 오닐(William J. O'neil)은 시장 주주도들이 급락세로 돌아선 다음에도 2분기 더 순이익이 100% 이상 증가하고, 또 어떤 주식은 천정을 쳤을 때는 분기 순이익이 181% 증가했고, 다음 분기에도 순이익이 220%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3][4] 기업의 전망과 예상 실적을 중요시하는 애널리스트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에는 주식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니고 팔아야 하는 시점이다. 경험이 제법 있는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망에 도취되어 계속 매수를 추천하여 개인투자자들을 울리게 된다. 멋모르는 개인투자자들은 좋은 주식을 공짜로 추천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체로 개인투자자의 눈물로 귀결된다.


큰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그들이 파는 주식을 비싼 값으로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의 하락폭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손절하거나 눈물을 머금고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경우에 개인투자자들은 세력이나 큰 자금을 가진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의 도구나 도우미가 될 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불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5] 실로 어리석은 일이지만 시장에서 이런 일이 대체로 반복된다.

이런 사태는 관점만 바꾸어도 간단히 해결된다. 개인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때는 그냥 단순 성장률이나 배수를 구하는 공식을 사용하되 단지 기산점만 달리하면 된다.

 

단순 성장율=(기말값-기초값)/기초값×100(%) 또는 기말값/기초값(배)

 

여기서, 개인투자자들은 ‘기초값’에 자신의 매수가격을 대입하지 말고, 이미 큰 이익을 본 투자자들의 매수 시작 가격을 대입하여 계산하면 된다. 더 간단하게는 주가가 몇 배 올랐다는 뉴스에 나오는 기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된다. 그리고 거기에다 자신이 원하는 수익률을 더하여 그 추가 상승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된다. 이미 열 배가 오른 주식을 매입하여 몇 배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큰돈을 준비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주가를 처음에 두세 배 올리는 것은 세력이나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이미 10배 이상 오른 주식을 두 배로 올리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6]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큰 부담이다. 주가를 더 올리기 보다는 이익실현을 위하여 매도하는 길을 택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보유주식의 가격이 2배가 되면 보유지분의 50%를 매도한다는 원칙을 가진 거대 펀드도 있다는 것을 알면 사태를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7]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이런 실수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서 개인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얻은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큰 이익의 시작점에서 그들의 큰 이익을 계산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매수를 했든 큰 이익을 계산할 때 자신의 매수 시점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큰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큰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자신이 매수한 후 주가가 더 올라가는 것이 쉬운지 어려운지를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2021) www.yes24.com.com/ (2023.10.30. 검색)

그래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철학을 배우면 좋을 것이다. 주식농부 박영옥은 탐욕스럽게 이익을 끝까지 가져가서 다 챙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주식을 매입할 때 매도의 시기를 결정한다. 그는 말한다. “최초에 생각한 기대 수익이 있고, 그것이 만족 되었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러 설 줄 알아야 한다. 그 후에 발생하는 수익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8] 그는 주식을 팔고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도 얼마간 벌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보통사람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다. 주식을 하면서도 도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부러운 일이다.


단기간에 열 배 오른 주식을 생각 없이 매수하여 손해를 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 주식시장의 신이라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다. 고레카와 긴조는 그의 ‘투자 5원칙’ 에서 ‘종목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해서 고를 것’이라는 원칙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9]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개인투자자가 이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주석]
[1] 1964년 로저스는 예일 대학에서 역사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1966년에 로저스는 배일리얼 컬리지(Balliol College)의 회원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 정치 및 경제학으로 두번째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2] 로저스는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를 중요시하는 워렌 버핏이나, 주식/채권시장에 대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기본기로서 강조하는 존 보글과 같은 투자자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공격적인(aggressive) 관점을 갖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보다 현물이 나으며 그 중에서도 농산물을 최고로 치고, 선물을 선호한다.(짐 로저스,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7%90%20%EB%A1%9C%EC%A0%80%EC%8A%A4 (2023.10.27. 검색)
[3] 윌리엄 오닐 저, 박정태 역,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 A Winning System in Good Times or Bad), 굿모닝북스, 2012, 275면.
[4] 필자는 천정에 도달한 주식의 놀라운 이익증가율은 설거지용으로 사용되는 기업의 가치(설거지용 성장가치)라고 부른다. 자세한 것은 윤진기, “기업 가치는 언제 주가에 반영되는가?” 버핏연구소, 투자칼럼, 2022.12.29,
https://buffettlab.co.kr/wordpress/calum-1/?pageid=1&mod=document&keyword=%EC%9C%A4%EC%A7%84%EA%B8%B0&uid=41206 (2023.10.30. 검색)
[5] 이 경우 기회비용은 해당 주식을 매수해서 입은 손실과 다른 주식에 투자해서 벌 수 있는 이익의 합계로 계산된다.
[6] 예컨대, 시중에 주식의 유통 물량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매수 주체에 의한 가격 통제가 가능하지만, 대형주의 경우에는 유통 주식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10배 오른 주식의 가격을 2배로 (저점에서 계산하면 20배로) 끌어 올리려면 매우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이다.
[7] 크리스토퍼 리소길(Christopher Risso-Gil) 저, 김상우 역, 《안전마진》 (There’s Always Something to Do), 부크온, 2014, 103면 참조.
[8] 박영옥,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프레너미, 2021, 165면.
[9] 고레카와 긴조 저, 강금철 역, 《일본 주식시장의 신 고레카와 긴조》, 이레미디어, 2022, 352면.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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