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연구소=김진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최초로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사 내 등기이사 직함이 정몽구 회장보다 많아졌다.
올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모비스, 파워텍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각각 4개 계열사 등기이사 직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며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의 올해 인사에서도 정 부회장과 비슷한 세대로 분류되는 부사장단의 승진 폭이 컸다는 점에서 승계작업도 차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구글 이미지 캡처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CFA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직후 "현재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0.78%)→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16.88%)→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 현대차 지분 5.17%를 가졌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를 보유했다.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은 없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며 승계작업까지 마무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언급된다.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모두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는 방법,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현대차가 직접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 또는 글로비스가 매입하는 방법 등이다.
김 CFA는 "우리는 마지막 시나리오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보고 있다"며 "관건은 모비스 지분을 기아차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사들일 것이냐, 아니면 글로비스가 살 것이냐이다"라고 분석했다.
두 경우 모두 모비스의 분할을 전제하고 있는데, 정 부회장이 직접 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경우에는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후자의 경우엔 글로비스가 CKD 사업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모비스 지분 16.88%를 정 부회장이 직접 매입한다면, 약 3조8000억원 수준의 현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의 계열사 지분 전부를 팔아도 3조원 안팎에 불과해 실현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변화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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